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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일지

5년차 회사의 고민 : 쉼표를 한번 찍고. - part 2.

by 노랑재규어 2012. 7. 11.

우리 회사의 첫해는 말할 것도 없이 빈곤했다.

자본금 2500만원과 첫해 매출 3000만원.

4명이서 회사를 꾸려가기엔 택도 없이 부족한 자금이었기에,

첫해가 지난 후 통장의 잔고는 결코 6자리를 넘지 못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전략을 바꾸었다.

대표이사인 내가 제일 잘 아는 일을 우선 하자.

그래서 우린 우리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일단 접고 GIS 분야에서 용역을 시작했다.


거기엔 몇가지 방향이 있었다.

우선 GIS 분야 중 우리가 속한 분야는 매우 알려지지 않은 분야, 즉 니치 마켓이라면 니치 마켓이다.

알고보면 어렵지 않은 기술이지만, 알아야 할 것이 많은 분야이고,

LBS가 1세대를 넘어 2세대로 가고 있고, GIS는 이러한 시장에서 infra이다.

이 분야에서 기술을 축적하고 이와 우리가 가진 기술력과 융합되면, 매우 독보적인 새로운 니치에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제일 잘 아는 시장이니까 당장 일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둘째해부터 용역 중심으로 사업을 수행했다.

이익은 없었다.

워낙 단가가 낮았고, 어쨌든 실무자들이 이 분야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우리가 바라본 것은 기술 축적이었다.

한 3년을 이 분야 일을 하니, 기술 파트에서 서서히 전문 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우리의 상품을 만드는 것에 대해 고려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별도의 팀을 꾸려서 상품을 만들자니 우리의 자본 여력은 너무 빈약했고,

일을 하면서 상품을 만드는 것은 이상적인 이야기일 뿐이었고, 용역받은 일을 제품으로 만드는 것은 할 수 없었다. (물론 이부분에 대해서 고민할 여지는 분명 있긴 하다)


우리가 선택한 단순한 방법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정부의 정책을 활용하자, 즉 정부 지원 자금을 받아 그 자금으로 개발해보자였다.


그래서, 기획실을 구성하고 3년차부터 정부 정책 자금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쉬워보이는 길은 결코 쉽지 않은 법이다.

눈먼 돈이라는 생각에 경쟁이 치열하고 이전과는 달리 정책관리가 엄격해지면서,

되기는 어렵고 되도 관리하기 힘든 구조이다.

한마디로 "정말 필요한 놈들만 와라. 대신 이 돈 쓰는 건 쉽지 않다"는 개념이 녹아 있다.

어쨌든 우린 필요한 놈들이니까, 도전했으나, 역시 이것도 노하우가 축적되어야 했다.


또한가지 방향은 산학연 과제 수행이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지인의 도움으로 시작된 산학연 과제는 

처음에 몇백만원짜리 일로 시작해서 제법 규모가 커졌고,

처음에는 단순 용역으로 시작했던 일이 지금은 공식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공동 참여 형태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아직 최종 결론이 안 났지만, 이 두가지 경로가 합쳐져서 정부 지원 사업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단가가 낮아서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악순환은 직접 수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직접수주. 말이 쉽지 그게 어디 하루 아침에 가능한 일이던가?

회사가 직접 수주를 하려면,

기술이 증명되어야 하고,

회사의 규모가 일정이상이고, 수주업력이 있어야 하며,

자격조건(업등록등)이 갖추어지고,

영업력이 충분히 강해야 한다.


우리가 이들 중 무얼 가지고 있던가?

기술이 축적되어 있긴 했지만, 증명할 길은 없었고,

규모는 작고, 수주업력은 없었다.

(수주업력을 좀 이야기하자면, 참으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수주 업력을 쌓으려면 수주를 해야 하는데, 수주 업력이 없으므로 수주를 못한다." 이게 무슨 X@$#!$%!!!!)

자격조건은 기술등급 인력과 쓰지도 않는 구식 장비를 갖추어야 등록이 되지만, 이를 유지하는데는 돈이 든다.

영업력은 내가 가진 능력이 전부이다.


우리는 이 부분에서 조심스럽거나 게을렀다.

자격조건은 돈이 드니 나중에 천천히라는 생각으로 접고,

자격조건이 필요하지 않은 사업분야로 접근하되,

이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기술에 대한 입소문이 나고, 내 영업력을 합하면 느리더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사실 이 부분은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동안 실 수주 실적은 없었지만, 몇차례 도전을 통해 인맥이 늘어나고 입소문도 더 나는 효과가 있었고, 그 덕분에 이번에 단독은 아니지만 컨소시엄으로 수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도 이 부분은 게을렀던 건지 조심스러웠던 건지 중심 추를 어디에 둘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