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고, 이제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5년의 생존이라는 중간 기착지에서 다음 항해에 대해 지도를 펴고 고민해본다.
우리는 여전히 위태위태하지만, 그래도 조직을 유지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캐시카우(cash cow)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지독하게도 묵묵히 참고 견뎌온 끝에 기술력을 확보하고 외부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거친 항해 끝에 근해 항해를 마치고, 이제 큰바다에서의 항해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캐시카우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결국 레드오션이다.
수주를 위한 경쟁은 날로 심화되는 반면, 사업 가격은 매년 낮아지고, 인건비는 상승하고 있다.
또한 사업 분야의 전체 파이가 나날이 작아지고 있어서, 언제 이 늙은 카우가 쓰러질 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당분간은 우리 조직을 유지하게 해줄 base camp임에는 틀림이 없다.
수익을 쌓지는 못했지만, 이 늙은 카우로부터 나오는 캐시를 기반으로 OJT를 통해 꾸준히 기술을 축적하였다.
우리의 기술팀이 묵묵히 참고 견디며 노력해 준 덕분이다.
오만함을 조금 보태면, 나름 이 조그만 특정 segment market에서 기술력은 최상위급이다. 조그만하긴 해도 블루 오션에서 수영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형편상의 이유로 우리의 기술이 우리의 제품으로 되지 못하고 원청의 제품이 되었지만, 새로운 카우를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은 갖추게 된 셈이다.
우리가 기술력을 축적하며 웅크리고 있는 동안, 우리가 나름 준비한 것들이 이제 하나 둘씩 싹을 틔우고 있다. 운과 노력의 산물이 고루 섞여있지만, 아직 떡잎만 나온 새싹이지만 우리에게는 새로운 도약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가능한 이들 새싹들 중에서 몇가지를 우선적으로 focusing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산학연의 산출물이다. 다소 과장된 기대일 수도 있지만, 결과를 보기까지의 과정은 결국 우리하기 나름이다. 며칠 고민해 보니 우연치 않게 재미있는 매커니즘이 섞여 있다. 내용을 공공연히 공개할 수는 없지만, 몇가지 키워드를 써보면,
運七技三, Foot in the door, Crossing the chasm, betting from other's pocket money, Win-Win.
성공하면 드라마틱하고, 실패하면 아쉬울 것이다.
또하나는 젊고 강인한 캐시카우 한마리를 더 모는 것이다.
이 카우의 특징은 우선 타기는 힘들지만 타고나면 블루오션에 가깝다.
또한 기간이 장기이고 기술 축적의 효과가 크며, name value를 증가시킨다.
문제는 이 카우는 한번 떨어지면 두번 다시 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새싹들을 잘 키우면, 우리는 vertical/Horizontal movement가 가능하다.
사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이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우리가 탄 늙은 카우를 믿고 가기엔 너무 위험 천만하다.
이 교활한 카우는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거니나 언제 우리를 내동댕이칠지 모른다.
그리고 오래타면 탈 수록 우리는 굶주려 죽는다. Boiled Frog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기술은 축적되어 있지만, 자본은 충분하지 못하다.
여러 곳에 집중하기도 어렵거니와 급작스러게 점프해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것은 위험하다.
결국 유사한 영역으로 서서히 movement함으로써 위험과 비용을 줄이면서 서서히 한번 더 힘을 비축해야 한다. 만일의 경우 실패하더라도 늙은 카우의 목을 조여서 살아 남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Vertical Movement는 이 분야에서 비슷한 카우를 타는 것이다. 좀 더 나은 카우 또는 여러마리의 카우를 노리는 것이다. 이쪽은 여전히 용역이 중심이 될 것이다.
Horizontal Movement는 '인근' 분야에 새로운 카우를 타는 것이다. 이 분야는 가능한 제품을 판매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직 내 생각이 구체화되거나 정리된 것은 아니다. 사실 이 글을 쓰면 내 머리 속을 정리하고 있다.
큰 틀이 정리되면, 핵심 인력들과 논의하고 다듬을 예정이다.
예전에 우리 회사를 처음 설립하고 Executive Summary를 작성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 그렸던 것들의 절반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나머지 절반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우리같은 회사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우직하게 밀어붙일 능력은 없다.
그때 그때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 지표를 점검해보는 것은 의미있는 행동이다.
이 계획들이 잘 진행된다해도 캐쉬 부족의 문제는 여전히 고민거리이다.
만일 잘 진행된다해도 당분간 캐쉬 부족은 필연적이다.
오히려, 고생한 만큼의 리턴에 기대치가 높아지고 필요한 자원이 늘어날 것이다.
내일 불확실한 세개의 마쉬멜로보다 오늘 확실한 한개의 마쉬멜로를 원하는 사람들이 통계분포의 중심부에 존재하니까.
결국 우리가 웅크려 앉아 노리고 있다가 결심을 내리고 칼을 뽑아 들 때쯤에 한번은 운명을 같이 할 진골들이 결성될 것이다. 멋지게 이야기하면 도원결의인가? 기대컨데는 모두가 인내하고 단결하여 함께 영광을 보길 바라마지 않으며 무엇보다 도원결의의 절호의 찬스가 반드시 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