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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일지

경기가 어려울 때 하청이 어려운 이유

by 노랑재규어 2010. 1. 18.
물건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도 어렵지만
용역의 댓가를 결정하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여 거래내지 계약을 하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수요와 공급의 접점에서 적정한 가격이 형성된다고 하지만,
이 접점을 계산해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거니와
이론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 크고 변수가 많다.

일단 우리의 표준 가격이 존재해야 한다.
표준 가격은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우선 국가에서 지정하는 표준 용역 단가를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즉, 국가에서 명시한 가격에서 입찰 할인율과 갑사의 운영비와 이익율을 제외한 가격을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근거에 바탕을 두어 우리 회사의 표준가를 설정하였지만,
이 가격은 시장과 격차가 심해 적용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차이 발생의 원인은
우선, 입찰 할인율이 시장의 환경에 따라 크게 요동칠 경우가 있다.
실제 작년과 재작년에는 경기가 침채되면서, 일부 회사들이 관행을 뛰어넘는 저가 입찰을 시도했고,
이 기간이 길어지면서 평균 입찰 할인율이 낮아졌다.

그 다음으로 큰 요소는 하청사들의 저가 공세이다.
앞서 언급한 이유들과 하청사들의 사업 환경이 마찬가지 이유로 나빠지면서
하청사들이 제시하는 가격은 일정 한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가격이 요동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까닭에 많은 업체들이 많은 수주량에도 불구하고 이익률이 나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환경하에서는 가장 먼저 하청사들이 타격을 입게 된다.
가격 자체가 한계선 이하로 책정되기 때문에 일을 수주할 수록 적자가 누적되고,
일을 수주하지 않으면 폐업/휴업을 해야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다른 하청사들이 쓰러질 때까지 버텨내면 되지라고 한다. 신문에 실린 미담은 그저 잘 포장된 전설일 뿐이다.)

일을 하청주는 갑사들의 경우, 하청사들에게 cost risk를 넘기기 때문에 안 좋은 시장환경에 대해 1차적 피해를 보지는 않는다.
운이 좋아서 우수 하청업체들이 살아남고 나머지 하청업체들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다면 장기적으로 긍정적이겠지만,
현실에서는 일정 시간이 흐른 후에 우수하청업체가 먼저 쓰러지기 때문에 저품질의 용역을 공급하는 영세 하청업체들이 주로 살아남는 상태가 된다.
갑사들은 니가 망해도 너만한 하청업체는 많다는 생각을 일반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가격은 조금 높지만 품질은 괜찮다는 것으로 승부보려는 하청업체가 가장 먼저 힘들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갑사들이 이럴 때일 수록 서로 윈윈하자고 해야 하는데 과연 그게 될까?
"대기업 중심의 성장과 이로부터의 파급"이라는 경제 정책이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에겐 말도 안되는 정책이 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