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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일지

사업하기 2007년 기록 - Start up 시기의 난점들

by 노랑재규어 2008. 4. 29.
앞서 글에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Start up 기업의 입장에서 2년동안 정상적인(?) 과정을 그대로 밟고 가고 있습니다.

첫해의 가장 힘든 과정은 한마디로 사업 수주였습니다.
사업을 수주하는 것만이 나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올해의 가장 힘든 과정은 자금회전과 인력충원입니다.
첫해 열심히 씨를 뿌린 탓에 배부르진 않아도 아직까지는 근근히 먹고 살 수 있을만큼 사업을 수주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다시 걸리는 문제가...

수금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일 열심히 한 댓가로 돈을 받는 건데, 사정사정을 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몇일 몇달 지연은 다반사입니다.
여기서 약간의 악순환이 발생하지요.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자금 회전이 쉽지 않으니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됩니다.
제 생각으로, 지금 하고 있는 사업들은 N-2내지 N-1개월 전에(여기서 N은 사업 시작시점) 인원 충원이 됨이 적절한데, N 시점도 불명확하지만,
무엇보다 채용하려고 해도 막상 적합한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업 수주가 확실하고, 훌륭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제 설립 1돌을 맞이하는 소기업에 인재가 오기란 쉽지 않습니다.

마치 가진 것 아무것도 없는 사회 초년병이 선 봐야 뻔한 것과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결국 아는 사람을 섭외하거나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를 받아야 하는데, 아는 사람도 혹시 원망듣지나 않을까 소개를 망설이기 일쑤입니다.

어제는 어찌나 갑갑한지 가락동에서 선릉역까지 2시간 동안 걸었습니다. 이 난관을 헤쳐나갈 기막힌 아이디어가 없을까 하고 말이죠.

파우스트의 파우스트 박사인냥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내 영혼을 팔아도 좋다"는 중얼거림을 달고 삽니다(아마 사업을 하는 이상, 이 대사는 평생 입에 달고 살지 모릅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사업 수주 순환에 영향을 줍니다.
지금까지 수주한 사업은 어찌보면, 저의 개인과 저희 회사의 멤버들을 믿고 준 사업이기 때문에 수주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럴 단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일의 결과와 회사의 건실성을 바탕으로 수주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인재는 고사하고 사람 수가 절대 부족하니 사업을 줄 수 있겠습니까?
신뢰를 쌓는데는 끊임없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신뢰를 무너뜨리는데는 하루도 긴 시간입니다.

이런 지금이 2년차의 절대적 고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2년차 고비를 잘 넘기면 회사가 자연스럽게 굴러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몇가지 문제가 남게 되고, 또 그렇게 3년차가 잘 지나면 그간 갈아온 칼의 날을 세워 볼 수 있으리라 상상합니다.

그런 상상과 기대와 꿈마저 없다면, 사업가는 무엇으로 살아갈까요?
(하나 더 있긴 합니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끝까지 매달려 해결할 때의 희열감이 없다면 사업가는 스트레스에 휘감겨 절명할 것입니다.)

내일 한 곳에서 입금되기로 약속되어 있는데, 몇달째 밀린 약속이라 걱정이 앞섭니다.
그래도 오늘 다른 곳에서 그간 밀린 돈을 받았습니다. 금액으로만 치면 사실 얼마 되지도 않는 푼돈(?)입니다.

입금을 확인하고 주먹을 불끈쥐며 "앗싸~"를 외쳤습니다.
쪼잔해 보이십니까? 얼마되지 않아도 가뭄의 단비같은 돈이고, 무엇보다 제 머리속의 무거운 짐이 하나 덜어졌습니다.

아버지가 벌어오신 돈으로 용돈받다가 자기가 돈을 벌어보면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듯이,
열심히 일만 하다가 직접 수금을 해보니 돈 받아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겠습니다.

그간 돈 받아 오느라 고생하셨던 수많은 영업 내지 자금 담당자 분들께 때늦은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당신들의 발품과 고민, 모멸감에 대한 극복, 시간 투자, 스트레스, 끈질김과 집요함이 없었더라면 제가 월급이나 제대로 받고 살았었겠습니까? 회사가 흑자도산 안하고 견뎌냈겠습니까?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