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할 때 대부분 동업을 할 것이다.
대체로 3~4명 정도가 같이 뜻을 모아서 사업을 꾸린다.
아마도 같은 회사를 다니거나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창업하는 비즈니스 영역의 기술 전문가들로 구성되지만, 때로는 영업, 경영지원, 기술의 분야를 나누어 담당하기도 한다.
CEO는 내심 정해져있기 마련이다.
대체로 조금 더 적극적이고 보스 기질이 있다고 믿어지는 사람 또는 창업을 먼저 제안한 사람이 CEO를 맡는 것으로 한다.
CEO를 하고자 하는 맘이 없는 사람은 대부분 잘못될 경우의 문제를 감당하고 싶지 않아 한다.
자본금은 대체로 고르게 나눠내지만, CEO의 지분을 조금 더 가져가는 경우도 있고, CEO가 모든 자본금을 대고 창업 동지에게 일정 지분을 나눠주는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대충 이렇지 않은가?
이 회사의 창업 멤버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신뢰를 기반으로 동업을 유지할까?
이유가 어찌 되었든 그 창립멤버 그대로 10년 이상을 유지하는 회사는 내 주변에서 딱 세 회사를 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물어보기도 했다. 즉, 현실적으로 그렇게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선, 이들이 헤어지는 시점은 대체로 두 가지 경우이다. 회사 경영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거나 너무 좋아진 경우이다.
너무 좋아진 경우에도 갈등이 생긴다는 것은 얼핏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부모 재산이 많은 자식들이 사이 안 좋다는 걸 생각하면 이해될 것이다. 나눠가질 것이 많아지면 갈등이 생긴다.
회사 경영상태가 안 좋아진 경우에는 CEO의 자질을 의심하게 된다. CEO가 뭔가 잘못해서 혹은 부족해서 이 지경에 이른 것이라는 비난이 창립멤버 사이에 쏟아진다. 종종 표대결로 CEO를 교체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런 설명을 해주면 동업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우리는 안 그래"라고 한다. 서로의 신뢰가 강하고, 역할도 잘 나뉘어 있고, 오랫동안 서로를 봐와서 잘 장단점을 알고 있고, CEO의 책임과 권한을 잘 이해하고 있고 등등...
장밋빛 미래에 똥물을 뿌릴 생각은 없지만, 현실은 내 목 위에서 칼춤을 추는 법이다. 당신들은 반드시 갈등하고 일부는 악감정을 가지고 헤어지게 된다. 다만 그것이 누구인지는 미리 알 수 없다.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도 신혼기간이 지나면 이 세상 어느 원수보다 죽이고 싶은 사이가 되는 것 아닌가?! 왜 그러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우선 서로가 완벽하길 바라지만, 각자는 한참 부족한 사람이다. 특히 CEO라는 역할은 누가 맡든 그 기대감과 괴리감이 크다.
그가 신이 아닌 이상 부족할 수밖에 없고 실수하기도 한다. 심지어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고 인식하는 사회에서는 경영의 방식이 다른 것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CEO가 뭔가 잘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면 특히 창립멤버들은 반발하기 시작하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서히 내가 해도 저보단 잘하겠다는 생각이 꿈틀거리며 싹을 틔우고 결국 그들 중 누군가는 CEO를 교체하고 싶어 하면서 갈등이 증폭된다.
투자금대로 지분을 나눈 경우, 특히 서로의 친근감이 커서 지분 비율이 비슷한 경우 표대결이 일어나기 훨씬 쉽다. 그런 경우 실제 갈등이 증폭되어 CEO 교체론이 나오면, 회사가 일은 하지 않고 정치나 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진다.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아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와도 힘들 판에 임(직)원들이 줄을 서고 정치를 하고 표대결을 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뭐 하는 짓거리인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폭풍의 찻잔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은 사뭇 진지하다. "내(그)가 CEO라면"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좀 머리가 돌아가는 직원이라면 이 배는 곧 가라앉겠구나라는 걸 파악하고 다른 직장을 알아본다.
일단 지분은 차등을 두는 것이 좋다. 공평한 지분 분배가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공정한 이유를 들자면 CEO 리스크가 분명 존재하며 생각보다 상당히 큰 리스크이다. 그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 책임과 권한을 모두 부여한다는 의미에서라도 CEO에게 지분이 좀 더 가는 것이 좋다.
조심스러운 조언이지만, 동료끼리 친구끼리의 동업은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선후배 또는 직장 상사 부하 관계인 사람들끼리 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낫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나 나나 똑같고 그저 너는 CEO라는 감투를 쓴 거야라고 생각하면 서로 일하기가 어려워진다. 속된 말로 "령(令)"이 안 선다. CEO이니까 폼 잡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일하자고 모인 집단이니 일을 하기 위한 위계질서는 필요하다". CEO의 판단이나 지시를 무시한다면 조직은 돌아가지 않는다. 좀 더디 가더라도 령이 서고 위계질서가 잡혀야 일이 진행된다.
이런 경우에, CEO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별로 없다. 당신의 리더십이 혹시 독불장군은 아닌지, 혹시 본인의 행동이나 판단이 윤리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라는 정도일 것이다(물론 실제 그렇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이다).
CEO를 맡지 않은 동업자에게는 몇 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다.
우선, CEO는 신이 아니다. 더구나 창업자들이 젊을수록, 일을 해 가면서 깨닫고 성장하는 것이지 처음부터 완성된 사람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럼 애초에 CEO를 하지 말았어야지? 맞다. 하지만 당신이 그에게 CEO를 맡으라고 등떠밀거나 적어도 그가 CEO가 되는 것을 당신이 동의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조금은 부족하고 실수가 있더라도 일단 맡겼으면 그를 도와주어야 한다. 비평가가 되지 말고 동반자가 되어야지, 같이 창업한 임원이 비평가가 되어서는 무대 위에 올려놓고 희롱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당신도 그 꼴을 당하게 될 것이고... 친형처럼 보살펴주고 같은 편이 되어주면서 그가 잘 성장하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표대결은 웬만해서도 생각조차 하지 마라. 당신이 진다(조금이라도 투자를 받았다면 100%). 차라리 지분을 팔고(또는 포기하고) 나가서 당신이 CEO가 되어서 새롭게 창업을 해라. 밑 빠진 물독에 더 이상 물을 붓는 실수를 하지 마라. 표대결을 하기 위해서 지분을 늘려봐야 휴지와 빚만 늘 뿐이다. 차라리 그를 도와서 위기를 벗어날 생각을 하든지, 그가 진짜 미친 바보라면 빨리 탈출하든지 선택을 해라. 어차피 그 배가 가라앉으면 같이 죽는다. 당신이 옳았다고 당신만 살아남지 않는단 말이다.
당신(또는 당신이 지지하는 사람)이 CEO가 되면 나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하던 실수는 안 할지 모르지만 그가 안 하던 실수를(또는 실수마저)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 현 CEO가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자진하여 자리를 물러선다면 그땐 새로운 CEO가 될지 여부를 진지하게 고려해도 좋다. 무엇보다 전(前) CEO가 적이 되지 않는다. 도와주거나 조용히 물러나 있지 훼방을 놓치는 않는다.
동업이 오래가는 사람들은 서로 신뢰함은 기본이고 서로 존중하며 각자가 부족한 부분은 서로 보완해 주기 위해 노력한다.
같은 동업자이지만 일을 위한 위계질서는 명확하다.
동업자들과 오래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토록 열렬히 사랑하고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연인도 결혼을 하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다.
영업은 연애하듯이 하는 것이라지만,
창업은 결혼하듯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