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들에게는 여러 가지 금연 실패의 이유가 있다. 나의 경험을 나열해보자. 뒤로 갈수록 쉽지 않았다.
1. 변비 약 대신...
나도 많이 댔던 핑계이다. 걱정 마시라. 예나 지금이나 화장실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2. 식후연초.
이 맛이지. 캬~ 특히 얼큰한 탕을 먹고 나서 한 모금의 담배는 정말 맛있었다. 이 맛 때문에 못 끊는 거야라는 말도 했다. 근데 그거 밥에 설탕 비벼먹는 거나 다름없다. 밥에 설탕 비비면 달다. 근데 우리는 그게 몸에 좋지 않기 때문에 굳이 그러지 않는다. 즉,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각자 맛있는 때가 다 있는 법이다. 그게 금연을 중단할 이유가 되지 않으며 막상 끊어보면 그게 뭐 그리 좋다고 생각했을까 싶다. 즉, 끊어보면 사실 아무런 의미 없다.
3. 이만큼 참았으면 됐어. 다시 참을 수 있을 거야. 그러니 한대만.
이게 대체로 1주 후부터 100일 정도쯤까지 유지되는 유혹이다. 실제로 여러 번 실패 후에 장기 금연에 성공한 것이기도 하다. 이거에 대한 약간의 조언을 달자면, 이 유혹을 이기는 것이 장기 금연으로 가느냐 못 가느냐를 가르는 기점이 된다. 일단 이 유혹으로 실패한다고 해도 다시 도전하라. 단 지난번보다는 꼭 더 오래 참아야 한다. 늘, 이번에 성공하자는 굳은 다짐을 하라. 그리고, 실패해서 반복한다고 할 지라도 한 달이 넘어가면 그때부턴 웬만하면 참아라. 그 정도쯤부터는 여태 참은 것이 다시 참는 것보다 더 아깝다. 해 본 사람은 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4. 음주 중 담배 한 대
그래. 술이 알딸하니 취했을 때 흡연 욕구는 무섭다. 특히 금연 초기에는 거의 불가능이라고 해도 된다.
이 유혹이 참 어려운 이유는, 많은 흡연/비흡연자들이 술 한잔 하고 피우는 담배는 괜찮다고 하는 것이다. 심지어 비흡연자들 조차도 음주 시에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나도 괜찮겠지 했다가 금연에 실패하기 십상이다. 이 유혹은 제법 강하고 오래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음주 흡연을 안 하는 것에 대해 무척 다행으로 생각하게 된다. 다음날 숙취와 두통이 90% 이상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나는 이 시기에 담배 필터를 씹으면서 한 대 피웠다고 생각하자며 참았다. 사람들이 그럴 거면 피워라고 했지만, 그러면서까지 참았다. 돌이켜보면 잘했다고 생각한다.
5. 갑작스런 스트레스.
단순한 스트레스가 아니라 '어찌 이런 일이...'라고 할 만큼 정말 강한 스트레스와 마주할 때가 있다. 이럴 때 담배를 한 대 물지 않는 게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내게도 장기 금연 성공 여부는 이 지점에서 갈라진 것 같다. 그때는 담배를 물었어도 스스로 핑계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담배를 물지 않는 내 스스로를 독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참았다. 참으면서 담배는 마약이고 나는 마약을 끊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힘들다고 마약을 다시 할 수는 없다고 나를 설득하고 참아냈다.
6. 길 막히는 길에서 앞 차 운전자는 시원하게 연기를 품는다.
개인적으로는 이 유혹이 가장 약하지만 가장 오래간다.
다행인 것은 차 안에 담배가 없다는 것과 설사 지인이 흡연자라고 해도 차 안에서 맡는 담배 냄새는 어쨌든 끔찍하다. 그냥 길이 막히는 답답한 순간에 그 사람의 담배연기를 뿜는 모습이 부러울 뿐이다. 그럴 때는 헛담배(빈손으로 담배 피우는 흉내만 내는 것)를 두어 번 하고 만다. 금방 없어진다.
7. 그냥 느닷없이 오는 욕구.
금연 기간이 길어지면,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흡연 욕구가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 그냥 한 대 피울까?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물었다가 다시 흡연하는 사람을 제법 봤다. 아마 최후의 유혹이 아닐까 싶다. 그럴 때 드는 생각은 다시 그 지저분하고 마약에 쩌든 사람으로 돌아가지 말자이다.
나는 지금도 금연은 마약을 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연자가 된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끊어보면 안다. 담배가 정말 쓸데없는 중독일 뿐이구나.
다시는 그 마약에 손을 대고 싶지 않다.
당신도 금연 도전자라면 담배라는 마약을 끊어라. 힘들어도 끊으면 행복하다.
다행히도 담배는 끊어진다. 내가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