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곁에는 조언하는 사람(이라고 쓰고 잔소리꾼이라고 읽는다)이 참 많습니다.
일상의 잔소리도 듣기 싫은 법인데, 무게를 알 수 없는 책임을 지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듣는 의미 없는 조언이란 참 고통스러운 고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언(이라 쓰고 잔소리라 읽는다)을 듣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세요.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면 됩니다.
좀 진지한 표정이면 웃으면서, 검토해 보겠습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상대방이 다짐을 받으려고 강요한다면, 네 진심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하십시오.
그리고 그래서 검토해봤어? 내지는 한다면서 왜 안 했어? 그러면 신중하게 검토해 봤는데, 맞는 말씀이지만 그걸 시행하기엔 저희가 준비가 안되어서 실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는 제가 부족해서 실행이 어렵습니다 등으로 넘어가세요. 그러면 욕을 뱉으면서 또 잔소리를 하거나 연락을 끊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그냥 듣는 겁니다.
왜냐하면, 1000마디의 조언 중에서 의미 있는 조언은 한 두마디 뿐이니까요.
그 한 두 마디의 조언을 건지기 위해서 나머지 구백구십구개의 조언을 흘려보내야 합니다.
단, 그 한 두마디의 진정한 조언은 당신의 회사, 당신의 목숨을 구할 만큼 매우 중요한 조언일 것입니다.
그걸 건질 수 있다면 천 마디의 듣기 싫은 잔소리 정도는 들어줄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요령이 더 있으면 편합니다.
적당한 기회가 있을 때, 말씀을 하세요.
"해주시는 좋은 말씀을 제가 다 따를 것이라고 기대하진 말아 주십시오. 제가 하나도 따르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마십시오. 허나 제가 따르든 안 따르든 변함없이 조언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해주시는 말씀 천 마디 중에서 제 목숨을 살릴 한 마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을 듣고자 합니다. 제가 따르지 않는다고 말씀을 안 해주시거나 제가 듣기 싫다고 말씀을 안 들으면 그 중요한 한마디를 들을 기회가 없습니다."
모 대충 이런 취지로 이야기하면, 대체로 "그래, 내가 하는 말을 다 따르라는 게 아니라 참고해 보고 생각해 보라는 거야"라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 후로는 그래서 검토해 봤어? 왜 안 했어? 이런 잔소리는 상당히 줄어듭니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거나 안 해본 일을 하려 할 때는 일단 진중하게 들어보고 나중에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조언의 신뢰도에 대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조언자가 갖춘 경험과 실력도 사실 중요합니다.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의 근거와 과정이 적합한 조언자인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면 판단이 달라도 나와 다른 시선으로 봐주는 사람으로서 훌륭한 조언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조언자라고 판단이 된다면, 평소에 가벼운 대화를 자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이나 회사의 상황에 대해서도 평소 공유하면 좋습니다. 판단은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보가 단편적인 것보다 다양한 것이 더 좋은 조언을 얻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제게도 어려운 조언자가 있습니다.
이 분이 어려운 이유는 누가 봐도 말씀이 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언대로 하지 않으면 섭섭해하고 구박을 하기도 합니다.
정답을 찾는 것에 익숙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성공한 분들이 흔히 하는 실수이지요.
그분에 대해서는 그 애정 어린 마음으로 걱정해 주는 진심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조언을 하는 분들도 제 말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조언을 듣는 사람이지만 또한 조언을 하는 사람이기에 저의 실수를 잘 압니다.
많이 들어주고 적게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답답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판단하고 결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 게 맞습니다.
자신의 이익과 관계된 것이면 그런 점을 명확히 알려줘야 합니다.
조언은 신뢰가 중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