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일로 받는 스트레스를 술로 풀다가 이건 아니지 싶어 한달간(원래 계획은 1년간) 금주를 시작하면서 바로 뒷산(아차산) 야간 산행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야간 산행 자체가 처음이었지만, 서울에 있는 산은 야간 산행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안되면 돌아오지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의외로 그다지 어렵지 않은 산행이었다. 단 한번의 고생을 빼고.
아차산과 용마산 어디서 출발하는가에 따라 난이도가 다르다.
아차산은 용마산과 어찌보면 하나로 묶어도 될 만큼 가깝게 이어진 산이다.
<아차산 및 용마산 등산로 : 광진구청 홈페이지에서 따옴>
아차산에서 용마산으로 오르는 코스와 용마산에서 아차산으로 오르는 코스를 비교한다면, 단연코 아차산에서 용마산을 오르는 코스가 쉽다.
아차산은 오르막 사이에 능선이 있어 숨을 고르기가 쉽지만, 용마산을 먼저 오르는 코스는 중간에 능선이 없어서 일부러 쉬지 않으면 지치기 쉽다.
특히 야간 산행시에 아차산 등반 코스에는 고구려정 전후로 중간 중간 가로등이 있어서 좀더 편안하다. 그리고 살짝 비가 내린 날에는 아차산 정상은 대체로 구름 아래에 있지만, 용마산 정상은 구름에 덮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날에는 구름을 피해 아차산 정상에서 긴고랑입구쪽으로 하산하는 선택이 가능하다. 긴고랑 입구에 흐르는 맑은 빗물에 시원한 세수를 해보는 것은 보너스이다.
<비온 후 긴고랑에 흐르는 시원한 계곡물>
야간 산행 : 날씨에 따라 랜턴 없이도 가능
아차산 야간 산행을 해보면, 절반 정도는 나처럼 랜턴을 켜지 않고 다니고, 절반 정도는 랜턴을 들고 다닌다. 랜턴을 드신 분들이 내 얼굴을 비추면 수십초간 앞이 안보여 당혹스러운 상황이 되곤 한다.
날이 쾌청한 날은 달이 밝은 때 오르면 랜턴 없이 오를만 하고, 구름이 적당히 낀 날은 도심의 조명에 반사로 인해 보름달이 뜬 날보다 훨씬 밝은 경우가 많다. 비가 온 직후 등산하면 어떤 경우라도 랜턴이 꼭 있어야 하고 산악지팡이도 필요하다(물론 전적으로 개인적인 경험이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랜턴 뿐 아니라 동반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야간 산행시 반드시 주의할 점은 가능한 한번 이상은 주간 산행 후에 도전하시라는 점.
아차산에서 처음으로 용마산을 거쳐 하산 하던 날. 그만 길을 놓쳐 수십분을 헤맨 경험이 있다.
산에서는 특히 3G 4G가 안 터지는 경우가 많고, 용마산은 간혹 절벽이 있어서 길을 잃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아차산 중간 중간 서울 야경을 구경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용마산 정상 아래에도 전망대가 있는데, 용마산 정상 아래 전망대에서 바라본 야경은 참으로... 직접 보지 않는 이상...
<용마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야경 서울(파노라마)>
<용마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파노라마 : 왼쪽이 살짝 어긋났다)>
<아차산 정상을 지키는 우뚝 선 나무 1>
<아차산 정상을 지키는 우뚝 선 나무 1(야경)>
<아차산 정상을 지키는 우뚝 선 나무 2>
<아차산 정상을 지키는 우뚝 선 나무 2(야경 : 초저녁 같지만, 한밤에 찍은 사진이다)>
<아차산 정상에서 바라본 한강(구리 방향)>
<아차산 중턱에서 바라본 한강 야경(구리 방향)>
<용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 야경>
등반코스 사전에 미리 점검을...
앞서도 언급했지만, 야간 산행을 하기 전에 미리 사전 답사를 하는 것이 안전에 필수 요소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랜턴을 가지고 다녀도 초행길에 길을 잃는 건 한 순간이고, 곳곳에 절벽이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간간히 야간 산행을 하는 동네분들을 만날 수 있지만, 그래도 사전에 등반 코스를 점검하는 것이 안전을 위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아차산 관리 사무소에서 시작해서 아차산 정상을 찍고, 용마산 정상에 오른 뒤, 용마산 보루쪽으로 빠져서 마을버스(긴고랑입구)로 빠지는 코스를 자주 다닌다. 이 코스는 내 걸음으로 약 2시간 정도이며, 하산하는 코스는 길을 모르면 고생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코스를 즐기는 이유는 단 하나. 집에 가기 편해서이다.
대체로 아차산 역 또는 광나루역에서 시작하여 아차산, 용마산을 올라 팔각정을 지나 용마산역으로 또는 그 역순으로 오르는 것이 외지에서 오신 분들이 타는 코스로 여겨진다.
서울 외사산 코스(아차산-용마산-망우산) - 야간산행 가능할까? 담력이 필요해.
아차산과 용마산을 여러차례 오르내리다보니, 망우산 방향 산행에 욕심이 생기게 되었다.
그 욕심이 과해져서 그럼 연결되는 산을 쭉 돌면 어떨까 하는 욕심이 또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관련 코스를 찾던 중, 서울 외사산 코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울 둘레길 외사산 코스와 내사산 코스 : 서울시 블로그에서 따옴>
<그리고 연결로 설명 : 연합뉴스에서 따옴>
앞서 조언한대로, 일단 주간에 한번 코스를 밟아보기로 했다.
아차산에서 출발, 용마산에 오른 후, 왔던 길을 잠깐 되돌아 헬기장에서 망우산 방향으로 전환했다. 깔딱고개를 지나면서 이걸 거꾸로 왔으면 죽었다는 생각을 잠깐 한다.
<일종의 안내도>
다행히 깔딱 고개를 오르지 않고 내려간 뒤로는 길이 산책로처럼 편하다. 그래서 굳이 등산로라고 하지 않고 둘레길이라고 붙였나보다.
<길이 쉽다>
<망우산 어디선가 바라본 구리시와 한강>
그런데...
망우산은 망우공동묘지 아닌가...
망우산 보루를 따라 다니면, 온통 묘지길이다.
야간 산행을 도전한다면 그야 말로 담력을 시험할 판이다.
하여튼, 망우공원관리소로 빠져야 할 것을 물한모금 마시겠다고 엄마 약수터로 빠졌다가 구리시로 나가버렸다.
다음 서울시 외사산을 시작하려면 구리시로부터 몇킬로를 걸어서 공원 관리소에서 시작해야 할 모양이다.
<아차산, 용마산, 망우산, 그리고 구리시>
<아차산, 용마산>
여담.
값싼 등산화를 주문했더니... 깔창이 모두 오른발 용이다. 깔창만 다시 보내달랬더니, 고맙게도 한세트를 보내주었다. 정말 한세트.
배송박스에는 "주의: 깔창만 보낼 것"이라고 써져있었지만...
<여전히 이렇게 신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