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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일지

영화 영웅(천하의 시작)과 똥독이 오른 사장

by 노랑재규어 2014. 2. 26.

이연걸 주연의 영화 영웅(천하의 시작)에서 무명(이연걸)은 "천하가 갈려 있으면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이 죽을 수 밖에 없다. 누군가가 나서서 천하를 통일하는 게 결국 수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길이다"라며 진시황의 목에 겨눈 칼을 거둔단다(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내가 기억과 다소 달라서이다).


이 영화는 천안문 사태 등에 대한 명분을 주고, 중국 중심의 천하통일 사상을 합리화한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 이 장면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런 세계평화중심적인 사고와는 다른 매우 협소한 생각이다.


평소에

"내 몸에 똥을 묻히지 않고 똥통에 똥을 치울 수 없다"

"강을 건너려면 누군가는 발에 물을 적셔야 한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놈의 세상이 드럽고 썩었다는 것은 현상이다.

그래서 술을 마시며 그런 세상을 한탄만 해봐야 그 세상은 썩은 채로 변하지 않는다.

나는 깨끗한 세상에는 살지 못해도 내 후배들은 그런 세상을 한탄하지 않게 하겠노라 라고 생각하면,

그럼 그 더럽고 썩어빠진 세상을 바꿀 자리에 가야 한다.


그러자면, 도도한 선비인양 앉아서 술만 마셔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내 몸에 똥을 묻혀야 똥을 치울 수 있고,

내 발에 물을 적셔야 다리를 놓을 수 있다.


똥이 더럽다고 피하면 도도한 선비로 살 수는 있지만,

내 후배 내 자손들은 나와 똑같이 세상을 한탄하며, 아무것도 바꾸거나 고치지 못한 선배들을 욕할 것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내 몸에 똥이 묻히는 것을 부끄러워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똥이 아니면... 똥을 좋아하는 파리가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다.


영웅이라는 영화에 대해 내가 기억하는 장면은

"끊임없는 전쟁으로 백성이 시달리고 수많은 사람이 죽을 수 밖에 없으니, 천하를 통일하는 것만이 그 전쟁을 멈추는 길이고 그것이 백성을 평안하게 하는 길이었노라"는 식의 대사였다.


'내 비록 칼을 들어 전쟁을 했지만, 전쟁 그 자체가 목적도 아니었고, 내 영위가 목적도 아니었다. 만 백성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내 칼에 피를 묻혀야만 했다'라는

내 표현대로라면 똥통에 똥을 치우기 위해 내 옷에 똥을 묻혀야만 했다라는 말이었다.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서...


똥을 치우기 위해서는 똥통과 마주해야 했다.

나도 똥냄새가 싫고, 나도 발을 적시고 싶지 않다.

내 후배들, 내 자손들이 강물에 발을 적시지 않고 강을 건널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내 발을 물을 적셔야만 했다.



그래서 내 몸에 똥이 묻어도, 내발에 물이 묻어도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똥통 안에서 그만 똥독이 올라버렸다.


이게 아닌데...

선배들처럼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했는데...

똥을 치우다보니 똥이 되버린 그 느낌 아는지 모르겠다.


마음이 너무 괴롭다.

똥이 묻은 내 자신을,

똥 냄새가 배어버린 내 자신을,

똥독이 올라 부어버린 내 자신을

싫어하고 괴로와하게 된 것이다.


난들...

말끔하고 싶지 않으며

편하고 싶지 않겠는가.


내 지금 마음 같아선

도도히 앉아서

"야 이 똥 묻은 놈아!"

라며 날 비하하고

지는 폼잡고 공자왈 하고 앉았는 선비의 귀싸대기를 날려주고 싶고,


똥통에서 똥싸고 앉았는 개념없는 똥보자기들에겐

너는 후배나 자식한테 부끄럽지도 않으냐고

네 자식들에게도 아무데나 똥 퍼질러 싸보니 속 시원하더라

너도 세상에 똥이나 싸지르며 살거라고 할꺼냐고 

묻고 싶다.


올바르고 공정하며 합리적인 그런 세상이 아니라 (혹은 그런 세상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돈과 권력의 탐욕에 빠져

돈, 권력에 아부거나 타협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탐욕을 충족하는

소위 부패한 세상을 남겨주고

너는 더 부패해져야만 한단다라고 자식에게 가르치고 싶은가?


내가 참 이런 하찮은 이야기에 그 분을 담으면 안되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제일 드러운 똥통에 들어가

깨끗하고 합리적인 세상이 되도록

그 똥들 치우겠노라고 홀로 고전분투했던 분이

고 노무현 대통령이었고,

남들이 똥 묻었다고 드럽다고 할 때,

"야 이 똥묻은 놈아!"라고 똥 싸지르는 선비들이 개거품물 때

진심으로 그 분을 지키지 못해 죄스럽고 한스러울 뿐이다.


세상이 이렇게 가서는 안된다고,

내 후배 내 자손들이 살 세상은 오늘보다 나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갈등하는 사람으로써,


나는 똥을 치우는 사람인지,

똥통안에서 춤을 추고 있는 광인인지,


똥이 잔뜩 묻고 보니 모르겠다.

그리고 자식들의 얼굴을 보며 참 많이 괴롭다.


내가 나의 아버지 당신께

"전 아버지처럼 (똥묻으며) 살지 않을꺼에요"

라고 어릴 쩍 했던 말을

내 자식들에게 똑같이 듣지나 않을까

두렵고 마음이 아프다.


공정하고 올바른 세상은 아직 요원하더라도

부디 어제보다 나은 세상이 되도록

어제보단 깨끗해진 똥통이 되도록

노력했고 그렇게 되었노라고

내 자식들에게 말이라도 하게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