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경력을 쌓다가 나온 분들이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여 사업을 할 때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인적자원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이다.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혹은 짐작하고 있겠지만, 요즘의 대기업은 우수 인력들의 집합소이다. 그러한 우수 인력들이 모인 곳에서 또다시 그들끼리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을 거쳐서 어떤 이유로든 승리한 자가 승진을 하고 권력을 잡는다. 그러니 상위로 갈수록 엘리트 오브 더 엘리트들이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고로 대기업 임원 출신의 창업가는 엘리트 오브 더 엘리트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 그가 창업한 소기업의 환경은 무척 다르다.
우수 인력 따위는 없다. 설사 있다고 해도 쓸만한 우수 인력이 되는 순간, 죄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연봉을 올려서 스카우트를 해간다. 도저히 우수 인력 확보의 경쟁에서 이길 방법이 없다.
그래서 편법을 쓴다.
내가 아는 몇 가지 편법 중 예를 들면, 우선 스톡옵션을 주고 꼬시는 것이 대표적이다.
스톡옵션... 할많하않.
웬만한 구직자들은 그럴 바라보느니 차라리 로또를 사라.
두 번째는 거친 야생마를 구하는 것이다.
대기업에서는 실력뿐 아니라 조직 적응력도 중요하게 여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 큰 조직을 움직이려면 조직이라는 시스템에 순응하는 엘리트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실력은 뛰어나지만 갇힌 사고를 싫어하는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마들이 간간히 존재한다. 이들이 간간히 소기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있는데 소기업이기 때문에 오히려 형식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어서 적응을 잘하고 실력을 발휘하곤 한다. 다만 이런 인력을 만나는 일도 드물거니와 이게 훌륭한 거친 야생마인지 그냥 미친 말인지를 구분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데려다 놓고 써봐야만 안다.
일반적으로 창업하는 사람들은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첫 번째 편법을 쓴다.
그렇게 하라고 나라에서까지 권장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굳이 돌다리를 두드려보지도 않는다. 결국 할많하않의 결과를 낳는다. 그렇게 우수 인력 확보에 실패를 하고, 그냥 그저 그런 평범한 인력과 일을 하게 된다. 심지어, 소기업 입장에서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인력과도 일을 하곤 한다. 여기까지는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다음부터가 어렵다.
소기업 또는 중기업에서 일했던 사람은 우수하지 않은 인력으로 일을 하는 법을 안다. 체계가 없어도 우당탕탕 일을 하는 방법을 안다. 화를 내지 않는다. 받아들인다. 물론 가슴에 참을 인(忍)자가 더더욱 깊이 새겨지기는 한다. 허나 일이 어떻게든 제법 굴러간다.
대기업 출신들은 처음에는 너그럽게 웃다가 나중에는 대개 화를 낸다. 화를 삭여낸다 해도 불만이 많다. 일하는 사람도 불만, 관리자도 불만, 사무실에 불신과 짜증이 가득하다. 저런 것들을 데리고 일을 하기 때문에 일이 잘 안 되는 것이다. 저런 개념 없는 것들 때문에 자꾸 일이 꼬이고 소송도 걸리고 사업이 제대로 안 돌아가는 것이다. 결국 함께 일하던 우수한 인력인 이전 직장의 후배들을 찾지만 정중하게 거절당하고 무지하게 섭섭해한다. 어쩌다가 야생마를 구해도 오래 데리고 있지도 못한다.
사업을 시작하시는 대기업 출신, 특히 임원 출신 분들은 그거 다 안다고 한다.
사람 구하기 어렵다는 거,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거 안단다.
입으로 머리로 안다는 건 하나 쓸데없다.
당신은 우수한 부하직원이 없으면 기획서도 작성할 줄 모르고, 심지어 엑셀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사람이다. 임원의 급여가 무슨 원가에 해당하는지 알턱이 없다. 시키면 따박따박해오는 훌륭한 직원들에게 업무를 할당하고 그 결과를 취합하여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이지 그는 이제 더 이상 실무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훌륭한 직원을 만들어내기 위해 엑셀 쓰는 법부터 가르쳐야 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업무 보고 절차도 가르쳐야 하고, 휴가원 쓰는 법도 가르쳐야 하며, 상여금을 주면 왜 4대 보험과 세금이 더 많이 빠지는지 이해 못 하고 항의하는 직원을 꾸욱 참고 이해시켜줘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고 당연한 일로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사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당신이 비웃던 나 같은 사람의 비웃음을 살뿐이다.
숫사자도 은퇴하여 무리에서 떨어지면 하이에나들의 먹이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