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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일지

창업할 때 주의할 사항 - 동업에 대해

by 노랑재규어 2022. 4. 12.

며칠 전, A와 차 한잔 마시며 사업 운영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었다.

 

A는 아는 사람의 제자인데, 몇년 전 지인이 A가 곧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내가 조언을 좀 해주면 좋겠다고 해서 만났었다. 최근 사업은 잘 하고 있을까 소식이 궁금하던 차에 그 지인을 통해 A가 사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소식을 들어 한번 내게 찾아오라고 했다.

 

A는 내가 하지 말라고 조언해준 걸 굳이 하고 있었다.

일부러 꾸짖지 않았다. 그럴 만큼 A와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이미 못 알아들었다면 스스로 뼈저린 체득을 하기 전엔 깨닫지 못할 것이기도 하고...

 

우리는 Start-up 회사를 창업할 때, 대부분 동업의 형태로 창업한다.

3~5년 뒤, 이들 중 몇명이 남아 있을까?

내 주변에서 초기 창업 멤버가 거의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를 본 것은 여태 두 번 정도이다.

대부분의 경우, 때가 되면 동업자들이 떠난다.

 

창업을 해서 운영해봤던 사람들은 아마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창업을 기획하거나 막 창업한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설마..." 내지는 "우린 안 그래"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A처럼 이 말들이 소귀에 경읽기가 될 것이다.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서로 동의한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통해 성공해서 자신의 목적(이익, 가치실현, 권력 등등)을 성취하고자 동업을 한다. 대부분의 동업자들은 각자의 역할을 정의하고 그 역할에 따른 권한, 책임, 의무에 동의한다. 뜻한 바도 같고, 서로의 역할도 정의하고 나누었기 때문에 자신들도 머지않아 결별하게 될 것이라는 말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조금 생각이 있다면, 혹시 모를 의견 충돌에 따른 다툼을 피하기 위해서 심지어 지분조차도 차등하여 나누었을지 모른다.

 

 

창업한 동지들은 갈등한다. 서로 이해하고 동의했다고 생각하고, 충분히 배려하고 심지어 갈등을 해결할 방법도 정리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그렇지 못하다. 결혼 10년 차 이상 부부가 신혼부부를 볼 때 드는 생각과 비슷하지 않은가? 실제 동업자든 부부든 서로 부딪치기 시작하면 콩깍지가 씌웠을 때와 그 양상이 다르다. 현실의 디테일은 머리 속에 있지 않다.

 

A가 조언을 구하러 왔었을 때, 동업자들 간의 지분율을 물었더니 서로 똑같이 1/n로 나누었다고 했다. 그러지 말라고 했다. 형식적으로라도 차등하게 나누라고 했다. 단 한 주라도 CEO에게 더 주라고 했다. 갈등은 모두의 의견이 수렴할 때 일어나지 않는다. 갈등은 서로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할 때 생기는 것이다. 그 갈등이 해소될 방법이 없으면 같이 잘되는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이 망하는 쪽으로 가게 된다. 누군가는 져야 하는데, 그 지는 이유가 명백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법인은 표로 결정한다. 주주는 표를 가지고 있다. 그 주주는 그 표를 이용하여 이사를 뽑는다. 그렇게 뽑힌 이사들이 모여서 의사결정을 1인 1표 행사한다. 주주와 이사가 동일하다면? 결국 주주의 표결로 가는 것이다. 단 1주를 더 가진 것의 효과는 이런 것이다.

 

동업자는 다 훌륭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다. 서로 의지하며 성장해갈 때는 그 완벽하지 않음을 서로 보완해주는 것으로 전우애를 느끼고 그래서 으쌰으쌰 잘해보자라는 격려와 협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업이 잘 안될 때는 네 탓이 된다. 내가 하면 그렇지 않을 텐데 네가 그렇게 하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 왜 그렇게 일을 하니 등등. 그리고 적자를 메우는 방법을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러서 심각하게 갈등이 커진다. 반대로 너무 잘 될 때는 나눠야 할 파이(돈, 권력 등등)가 커져서 그걸 어떻게 나눌지, 어디에 쓸 것인지의 방향성 때문에 치열하게 싸운다. 누구의 기여가 더 큰지, 지금 투자를 할 때인지 이익을 회수할 때인지, 누굴 임원으로 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 등등. 어떤 형태로든 이익을 실현하는 순간이 오면 갈등이 심각해진다. 돈 벌고 싸우면 그나마 더 나을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도 않다(정확하게 말하면... 않다더라).

 

아무리 이야기해줘도 스스로 뼈져리게 경험할 때까지는 소귀에 경읽기지만, 그 맥락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동업자는 부부같다. 처음에는 알콩달콩이지만, 반드시 싸우고 갈등한다.

갈등을 피할 수는 없으니 갈등을 해소할 방법을 만들고 그걸 지켜야 한다.

동업자 사이에서 뽑은 CEO에게 단 1표라도 더 주어라(현실적으로 CEO의 지분이 클 수록 갈등 가능성은 더 적다).

대신 적어도 다음 두가지 조건을 동의하고 지켜라.

자본이 더 필요해서 증자를 하거나 보증을 서야 할 때는 모두가 증자(보증)를 참여해야 하는 의무는 없으며 증자(보증) 참여를 강요할 수도 없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증자(보증)를 할지 여부(증자 또는 보증 참여 여부와는 별개로)는 동업자 전원의 동의를 불문율로 하는 것이 좋다(지분율 방어와 유한책임 문제 때문이다).  참여 안한 것을 비난한다면 그건 비난하는 사람이 사업할 자질이 없는 사람이다.

이익을 실현할 때 의사 결정을 위해서 양보한 지분(그게 한 주가 되었든 1%가 되었든)은 이익 실현 지분이 아니다. 단, 전원 동의하에 CEO가 더 가진 만큼의 지분을 실제 자본금으로 납입하였다면 그것은 이익 실현 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심화되는 시점에 이르러서는 난 절대 반대야라고 할 사람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당신일 것이다.

그럴 때는 이것을 명심해라.

당신은 지금 당신 회사의 현 CEO에게 너는 사람이 아니며 완벽한 신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CEO를 해도 결국 마찬가지이다. 당신도 실수를 하게 되어 있다. 다만 실수의 종류와 방법이 다를 뿐이다. 지적하려 하지 말고 도와주려 해라. 그렇게 했는데도 더는 못 참겠다고? 그럼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다. 그 CEO가 손들고 네가 좀 맡아줘 할 때까지 잘 도와주는 척하면서 묵묵히 기다려라(그 동안 증자 또는 보증에 참여하지 마라). 아니면, 퇴사하고 회사를 새로 차려라. 그 어느 것도 선택할 것이 아니라면 싸우지 말고 망하는 길도 묵묵히 같이 가라. 실상은 그렇게 하는 순간 회사가 다시 잘 될 가능성이 망할 가능성보다 높아진다. 물론 그런 행복한 결말은 현실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동업을 계획하고 있거나 막 동업을 시작했다면, CEO가 스스로 포기하기 전에는 전적으로 CEO에게 권한을 주어라. 그럴 자신이 없으면 어떻게든 당신이 CEO를 해라. 누군가에게 CEO를 맡긴다는 것은 망해도 그를 따르겠다는 약속이다. 대신 유한책임의 의미를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의 완벽하지 않음을 서로 인정하고 인지해야 한다. 우리는 신이 아니라는 사실이 비난의 이유가 아니라 인내의 이유와 조언의 이유가 되어야 한다. 또한 반대로 귀 기울이고 되돌아볼 이유가 되어야 한다.

 

친구들과 여행갈 때, 짝수로 가지 말라는 조언이 있다. 의견이 다를 때 다수결로 승부가 나야 수긍하고 따르기 때문이다. 딱 반반 나뉘는 순간 그 여행은 깨진다. 그리고 친구도 잃는다. 그래서 친한 친구 둘이서 장기 여행은 가는 것 아니다. 동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업자들이 갈등할 때는 딱 정해져 있다. 회사가 너무 잘 나가거나 너무 잘 안되거나 두 가지밖에 없다. 그때를 위한 장치와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사업하기 전에 그걸 간접 경험했다. 예방주사를 맞은 샘이다. 그럼에도 결국 사업을 하면서 실제 원하지 않은 상황을 겪었다. 예방주사 맞았다고 그 병에 안 걸리지는 않는다. 덜 심하게 지나갈 뿐이다. 그래도 그때 많이 져주고 이해해주려 했던 동지에게 감사한다.

 

*** 23.1.25일 수정 - 내용은 변동없고, 주어(특히 대명사)와 목적어를 추가해서 독해가 쉽도록 보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