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글에서 푸념을 늘어놓으니 그럼 도대체 사업해서 좋은 게 뭐가 있냐고 묻는다.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업가는 가장 첫 번째로 자유를 말한다.
약간의 사족을 붙인다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 대해 제약을 받지 않는 자유. 물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말이다.
이 자유는 공포와 같은 선에서 tradeoff의 형태로 존재한다.
무슨 의미인고 하니, 사업가의 자유를 누리려면 공포가 줄어들어야 한다(사업가의 공포는 없을 수는 없다).
이걸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맹자가 말했다는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을 생각해 보면 되겠다. 그러니 대부분의 사업가들은 사업 초기에 자유를 만끽하기는 어렵다. 사업가의 공포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므로 사업가의 자유는 10%도 차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업가의 무덤을 지나 사업가의 공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점이 오면 비로소 꿈꾸던 자유를 맛볼 수 있게 된다.
내가 꿈꾸던 그 무엇을 실행할 수 있는 자유.
돈과 시간의 무게를 덜어내고 닫힌 틀을 벗어날 수 있는 자유.
꿈을 꾸는 사람들과 더 큰 꿈을 공유할 수 있는 자유.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그야말로 거침없이 전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 능력은 creator가 되고자 했던 사업가에게 만능의 무기를 쥐어 준 셈이다.
모...
늘 그렇듯, 이러한 과정에는 편법(이라고 쓰고 정석이라고 읽는다)이 있다.
우리는 그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서 사업을 했고 한편 진정한 사업가가 되기 위해서 그런 자유를 획득하려고 고전분투했다.
무항산 (無恒産)을 벗어나려면 제법 긴 시간 동안 고전분투해야 한다. 적어도 7~8년은 걸리고 대체로 평균 10~12년 걸리는 것 같다.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은 사업가에게도 고통이고, 그 사업가의 거침없는 전진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투자자, 협력자, 조력자 등)에게도 고통이다. 그래서 그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투자자가 개입하여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이다. 수익을 통해 성장하는 것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 투자금을 통해 성장하게 한다. 몇 년간은 수익을 바라지도 않는다. 심지어 대규모 적자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한다. 줄이고자 했던 성장의 기간이 지나면 판단을 한다. 계속 성장해서 황금 송아지를 낳는 것이 가능한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해체해서 잡고기로 팔아야 하는가.
이것이 주식회사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투자자의 생태계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주식거래가 투자라는 가면을 쓰고 투기의 수단이 되는 이유이다.
현명한 사업가와 현명한 투자자는 그런 생태계 내에서 리스크를 분산하고 성장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업가와 투자자는 좀비 상장회사를 양산하는 것이다. 나처럼 덜떨어진 사업가는 그 생태계에 들어가는 것조차 두려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