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이고, 이러한 사업이 있다고 가정하자.
우리 마을의 고려인삼을 가져다가 중국 상해에서 팔면, 경비를 제하고도 조선에서 파는 것보다 10배의 이익을 더 번다. 그 이익으로 중국산 비단을 사서 조선에서 팔면 또 10배의 이익을 번다. 대박이다. 그만큼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우선, 가는 길에 산적을 만나면 목숨만 부지하는 것도 다행인 일인데 전국 각지에서 산적을 만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투자액을 모두 날리게 되는데, 그럴 확률이 80~90%이다. 그리고 한두 사람의 돈을 모아서는 상단을 꾸릴 수가 없다. 최소 거래 단위가 상단 사람들 전체의 5년 치 수입에 해당한다.
이런 사업을 수행하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몇몇 사람들이 돈을 모으고 또 나머지 일부(사실상 대부분)는 빌려서 자본을 확보한 뒤, 그 돈으로 상단을 꾸리고 모험을 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문제는 성공 할 때 이득은 크지만, 실패할 때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패가망신한다는 것이다. 운이 좋아서 두세 번 정도 무사하게 다녀온다면, 그다음 손실은 어느 정도 감내하겠지만, 그건 정말 전 우주가 도와주는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어느 머리 좋은 놈이 돈을 빌리는 대신(갚아야 할 의무가 있는 빚을 내는 대신), 이익을 나눠가질 수 있는 권리를 문서(증권)로 사고 파는 제도를 도입한다.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나눌 "권리"를 "사고파는" 것이기 때문에 그 돈을 갚을 이유가 없어졌다. 그 권리라는 것은 상단이 무사히 무역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 이익(비용을 제외한 이익)을 자신의 지분(자신이 가진 증권 수/총 증권 수)만큼 받는 권리이다. 또한 그 권리를 가진 사람(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기/중장기 의사 결정(어떤 물건을 사고 팔지, 어떤 경로로 이동할지, 비용은 얼마나 쓸지, 이익 중 얼마를 나눠줄지 등등)을 내릴 수 있는 사람(등기이사)을 선출할 수 있는 표를 증권 하나당 한 장 갖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 권리의 증표인 증권은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이익이 날 것인지, 그리고 그 이익을 얼마나 나누게 될 것인지, 앞으로 이익이 얼마나 더 증감할지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정보와 감에 기반해서 예측하게 되고, 그 기대치의 차이 또는 기대치에 대한 만족도의 차이로 인해서 팔고 싶은 사람과 사고 싶은 사람이 생기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주식에 왜 투자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그리고 주식회사는 어떤 회사가 되어야 하는지도 설명해 준다.
사람들은 이익을 내고 그것을 나눠줄 수 있는 주식회사의 증권을 산다. 즉, 배당(나눠주는 이익)을 받고자 하는 것이 가장 궁극적인 이유이다. 따라서 주식회사는 "이익"을 내고 그것을 적절히 "배당"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주식회사는 무엇인가?의 기초적이고 근원적인 답이다.
참고로, 이러한 주식회사의 개념은 실제로 네덜란드의 무역선에 대한 투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EBS 다큐멘터리나, 시골의사 박경철의 책을 뒤져보면 잘 나와 있다. 매우 유익한 정보가 많으니 직접 찾아서 살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