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업일지

어떤 회사를 만들 것인가? - Q2. 당신은 사기꾼인가?

by 노랑재규어 2023. 7. 10.

앞서 주식회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내가 만드는 회사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의 아주 원론적인 답을 찾았다.

그렇다면 이런 회사는 되지 말아야지라는 극단적인 답도 확인해 보자(단, 이 모든 것은 나의 주장이지, 정답이 아니다).

 

나는 사기란 것이 어느 우매한(머리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속여서 이익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어느 날, 대학동기가 해준 말을 듣고 내가 참 머리가 나쁘구나(우매하다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사기는 속인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한다. 그게 왜 가능하냐고? 내가 마지막으로 당하지만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어느 회사가 투자자를 모은다. 투자 유치회를 열고 나의 제품(또는 서비스)을 선전한다. 투자자들은 그 제품(또는 서비스)의 우수함을 파악하고, 그것이 시장에서 팔리면서 이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식했을 때 지갑을 연다. 이것이 정석적인 투자자 유치의 흐름이다. 여기서 사기가 발생할 여지는, 나의 제품(또는 서비스)이 사실 우수하지도 팔리지도 않는 제품인데 마치 그럴 것처럼 속인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알던 사기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모인 도박판에서는, 그 제품(또는 서비스)이 우수하고 잘 팔릴 것이라는 설명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애초에 거짓인 걸 알고 있어도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음 투자자가 속을 수 있으면 또는 그다음 투자자가 속을 것이라고 믿는 신규 사기꾼이 참여할 수 있으면 된다. 그들이 내가 산 주식을 조금 더 비싸게 사주면 된다. 즉, 내가 마지막 투자자가 아니면 되지 그 제품(또는 서비스)이 진실인지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tritongills 제공 - 동아사이언스(출처)

"의료 스타트업 테라노스", "트리톤 인공아가미", "호버보드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단어로 검색해보라. 그 외에도 사례는 얼마든지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 이들은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사기를 치고 있고, 거기에는 사기꾼들이 모이고, 마지막에 피해자가 상투를 잡는다. 이건. 단연코 사기이다.

 

내 대학동기가 해준 말은 이러했다.

그 회사의 사장이 사기를 치고 있는 걸 알면서 투자를 하는 걸 보았다. 그들은 그 사장이 마치 있어 보이는 것처럼 투자자를 속이는 능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심지어 다음 투자자도 자신들처럼 그런 능력을 보고 투자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 같았다. 나의 대학동기는 그 있어 보이는 무언가만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그걸 본 순간 그는 퇴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여러분이 창업자라면, 돈만 벌 수 있다면 이런 회사라도 괜찮은가?

여러분이 투자자라면, 혹시 이런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마지막 상투만 잡지 않으면 된다는 믿음으로...

이런 회사가 많은 국가는 건전한 국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