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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일지

사업가의 아내로 살아가는 것 2- 당신은 애인이 되어 줄 수 있는가?

by 노랑재규어 2011. 7. 4.
사업가로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사업가의 아내로 살아가는 것도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사업가는 자기가 원해서 스스로 모험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기 때문에 맛있게 말아먹어도 "한번 멋지게 살았네"라고 자위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가 못지 않게 마음 졸이며 살아야 될 사업가의 아내는 무슨 죄란 말인가? 더구나 3%로 안되는 성공확률에 가정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건 여자의 가정 보호 본능에 반하는 일이다.
그래서, 사업가 지망생이 사업하겠다고 할 때 극구 반대하는 아내의 심정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남편이 사업을 시작했다면,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면, 사업가의 아내로써 살아가기 위해 한두가지 알아둘 것이 있다.

우선,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하고, 경험을 하고, 준비를 했어도, 남편이 처음 사업을 해보는 것이라면 그가 거쳐가야 할 고난의 계곡이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나의 아버지도 대기업의 임원을 하셨고, 그간 간접적으로 사업도 추진해 보셨고, 결국 오랜 준비 끝에 사업가의 길을 걸으셨지만, 실패하셨다.
사업 첫해에 100개 중 5개의 회사가 살아남는데, 망한 90개의 회사는 준비가 전혀 안된 채, 패기와 열정만으로 시작한 회사였다면, 나머지 10개 중 망한 5개의 회사는 운칠기삼으로 운명이 갈린다고 보아야 한다. 거기서 살아남은 또 100개의 회사 중 또 절반이상이 3년내에 운명을 달리한다.
결국 사업가가 성공을 떠나 살아남는가 그러지 못하는가는 능력 2~3, 나머지 운 7~8로 결정되는 일이다.

그러니, 사업가의 아내로써 계속 살아갈 가능성은 3%이고, 그나마도 영광을 볼 수 있는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한 리베로(배구에서 수비 전문 선수를 의미)로써 포지셔닝 해야 한다.

두번째, 사업가는 공포 혹은 스트레스를 만성질환처럼 달고 살아야 한다. 이 만성질환은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벌떡 벌떡 발현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가는 이러한 만성질환을 드러내지 않는다.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이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결할까?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간혹 수다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누구랑 수다를 떨까? 아내? 임원? 친구?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말한디에 영향을 주지도 받지도 않으면서, 내 걱정을 무탈하게 들어줄 수 있으면서, 말이 흘러다니지 않고, 맞장구쳐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그게 가능한 사람은 누굴까?
사업가의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당신들의 표현으로 술집여자다.
사업가에게 술집 여자(나는 이들을 또다른 사업가라고 한다) 애인이 심심치 않게 생기는 이유이다.

사업가의 아내들이여.
이런 쳐죽일 놈. 내가 너의 고통을 함께 나눠주고 있는데 니가 이럴 수 있니?
라는 분노를 잠시 삼키고 한가지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사업가의 애인이 되어 줄 수 있는가?
내일 월급을 못준다는 공포와 마주한 남편에게 토닥이며 위로하고 맞장구 쳐줄 수 있는가?
이상한 고객을 만나 당한 모욕에 대해 위로하고 같이 욕하고 남편의 눈물을 가슴에 품어줄 수 있는가?
당신의 남편이 직면한 공포를 당신의 공포로 드러내지 않고 한숨쉬지 않고 다 잘될꺼야라고 미소지을 수 있는가?
할 수 있다면, 사업가의 애인이 되어라. 나의 아내는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할 수 없다면, 사업가의 애인을 받아들이되, 모텔에 들락거리는 건 아닌지만 잘 체크하라.

마지막으로 전해줄 말이 있다.
당신은 가정의 리베로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이성적이고 곧바른 사람일 지라도 사업을 하다보면, 자금의 압박에서 평소처럼 행동하기 참으로 힘들다. 이번 한번만 넘기면 될 것 같은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데 그게 잘못되면 바로 회사가 망하는 것이다.
당신의 남편이 사업가가 되려하고 당신이 고심끝에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단 하나 반드시 당신의 권리로 가져야 할 것은, 당신의 "가정"은 건들지 마라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이 지나고 당신의 남편이 세상의 온갖 모욕과 고통을 견뎌내고 새롭게 살아가려할 때 당신과 당신의 남편과 당신의 자녀가 살아야 할 최소한의 물리적 공간은 절대 잃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사업가의 아내로써 살아갈 최소한의 권리이자 사업가인 당신의 남편에게 양보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