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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일지

사업가의 두려움 털기 - 엘론 머스크의 1달러 프로젝트를 듣고

by 노랑재규어 2020. 6. 9.

사업을 어느 정도 이상기간하다보면 지병이 하나 생긴다.

 

불안장애.

늘 긴장의 연속, 두려움과 공포의 반복 속에서 지내다 보면, 구체적인 두려움의 대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들이 있다.

 

성공한 사업가이든 실패한 사업가이든 현상을 유지하는 사업가이든, 사업 규모가 크든 작든 관계없이 사업이란 것은 늘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는 법인지라, 그 반복을 여러차례 그리고 나름 깊은 골을 지나온 사업가는 아무 이유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불안장애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잘 이야기 안해서 모를 뿐이다.

 

사업가를 두렵게 하는 것들이야 다양하고 많지만, 모두에게 공통적인 것 중에 하나는 아마도 경제적인 몰락일 것이다. 비참한 거지 꼴로 죽지 못해 사는 모습으로 연명하고 싶지 않으니까...

엘론 머스크가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실패할 경우에도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두려움을 떨쳐 내고자가 더 맞는 의도일 것이다) 한달간 매일을 1달러만으로 살아낼 수 있는지 실험해보았다는 것이 엘론 머스크의 1달러 프로젝트이다. 그냥 들어보면 꽤나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겪어보면 굉장히 비장하다.

 

(여기서부터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이다)

나도 사업을 시작하기 전, 그리고 사업 중간에 한참 힘든 고비를 넘길 때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

출퇴근을 자전거 또는 도보로 하고, 식사는 매끼 또는 하루 한끼(한동안 유행하던 간헐적 단식의 의미로)를 해먹고, 기타 잡기나 취미는 돈 안드는 걸로 하고 지내보면, 하루 1만원 이상을 쓸 일이 없다. 지금도 한달에 얼마나 쓰나 따져보면, 양육비가 가장 비중이 높고 나머진 별 잡기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그때처럼 생활하면 한달에 30만으로 삶을 사는데 문제가 없다.

 

국가가 고시하는 최저 생계비라는 것을 기준으로 보아도 1인당 60만원 가량이고, 실제 나를 위해 소비하는 금액을 따졌을 때 한달에 100만원이면 아주 풍족하다. 어떤 활동을 하고 부양을 해야 하기 시작하면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보기 전에 우선 현황을 보면, 아이들이 다 커서 이제 성인이 되었고, 사업이 긍정적일 때 모은 돈으로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증여세를 내지 않을 만큼 증여를 해주었으니, 자기가 스스로 벌어먹고 살기 전에 학비 걱정은 덜어주었다고 생각하고, 집사람은 지금도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가족들 먹고 사는 부양은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부모님은 연로하셔서 연금을 받고 사시고, 예나 지금이나 자식들에게 손벌리지 않고 지내고 계시니 그도 참 다행이다.

 

그러니 최악의 경우에 나는 나만 잘 건사해내면 된다.

현재 조그만 방한칸짜리 전세 정도는 살 수 있는 돈은 가지고 있고, 다행이 멋이나 맛을 부리지 않으니 옷값이나 밥값이 크게 들지 않는다. 월 100만원으로 이것저것의 모든 비용을 쓴다고 가정하고(최저 생계비 + 기타 비용 = 나만의 최저 생계비), 내가 대한민국 평균 수명만큼 살아간다면 앞으로 3~40년은 더 살테니, 40년이라 치면, 현재 기준으로 100x12x40 = 4억 8천만원이 필요하다. 혹시 모를 큰 일(수술을 해야 할 일이 있다거나 예상치 못한 큰 목돈이 들일이 있는)을 고려해서 1억 정도가 더 필요하다면, 난 현재가치로 5~6억 정도가 있으면, 호화스럽진 않아도 삶을 영위할 수는 있다. 나름 즐겁게... (삼시 세끼 해먹으면서, 돈안드는 취미-등산, 루어낚시, 악기 연주 등-생활하면서, 걸어다니면 운동하고, 사회 봉사활동하고, 사회 시설 잘 이용하면 조용히 약간은 지루하게 잘 살아낼 수 있으리라 본다. 실제 사업이 잘 안될 때 이런 삶을 지내봤다.)

 

그럼 현재 회사의 가치를 정산했을 때 어떤 상태인가? 그 정도에서 조금 많거나 부족하게 돈을 벌어 놓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사실 지금 삶이 힘들어서 죽겠으면 정산하고 살면 된다. 그렇지 않고 사업을 계속 했는데 망했다면 그럼 매달 100만원보다 조금 더 벌면된다(그때는 법적 보호를 받으면 최소 월세 보증금 정도가 남을 테니 월세 비용이 좀더 필요할테다). 사업가의 현실을 고려하여 현금을 일부 사전에 확보해두거나 지인들의 도움을 조금 받아 전세 자금이라도 좀 보탤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나 하나 살아내는 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정신적인 충격이나 자존감이 무너지는 고통은 따르겠지만...

 

그리고 사실, 조금 능력과 지혜를 발휘하면 남은 여생을 살기 위한 최소 비용이 줄거나 또는 더 풍족하게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를 조금 할 줄 알고, 세계 경제가 큰 충격으로 하루 아침에 몰락하지만 않는다면 혹은 그런 상황을 운이 좋게 피해간다면, 연 20% 정도의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 10년간 투자한다고 가정하고 10년간 먹고 살 돈 1억 2천을 확보하고(투자금으로 생활할 수는 없으니), 1억을 투자하면 10년 뒤에 약 6억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복리로 수익을 계산). 그러니 리스크가 동반되기는 하지만, 현재 2억 2천만원만 있어도 지나친 과욕하지 않으면 남은 삶을 그럭저럭 삶을 살아 갈 수 있다. (사실 어떤 전략으로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많이 다르다. 리스크의 수준이 다르다.)

 

지금 그 정도는 현금으로 가지고 있다. 헛 산거 아니다.

물론 회사의 경영 상태에 따라 이 현금이 다시 회사로 투입되고 자칫 잘못하면 돌아오지 않을 수 있지만, 어쨌든 나하나 사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이제는 나 하나만 건사하면 된다는 것과 나름 세월을 주름살과 뱃살로 바꾸지 않고 지혜와 건강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을 수는 없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잘 안되면 어쩌지하는 걱정의 대상에서 나 자신과 가족은 빼도 된다. 그럼 불안증의 원인 중 절반 정도는 던 것 아닌가. 그리고 나머지도 내가 회사를 상식적으로 열심히 운영했는데  안된다면 그건 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공포는 두려움의 대상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를 때 생기는 것이고, 두려움은 고통의 대상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를 때 오는 것이다. 불안장애를 털어내려고 그 대상들을 하나씩 하나씩 곱씹어 마주하며 살피고 있다. 그리고 하나씩 확인해서 정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