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부과제에 관련하여 예상치 못한 비용 청구가 날아왔다.
예전 같으면 경영지원부 담당자가 처리할 일로 봤겠지만, 지금 담당자는 그런 일을 잘 모른다. 전략기획실에 최근 들어온 K 부장에게 업무상황을 설명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한다.
씩씩하게 네 알겠습니다는 대답을 하고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거두며 의자에 몸을 기댄다. K 부장이 없었다면 내가 할 일이다. 또 서류를 뒤적거리고 인터넷 검색을 하고 주변 지인에게 문의를 해서 답을 찾고 있었겠지... 지금은 일이 올바르게 풀려가는지 판단하기 위한 자료만 살펴보면 된다.
지금 조직이 모양을 갖춰가면서 "실행"하는 일은 담당부서나 담당자에게 상황을 인지시키고 업무를 지시하여 처리하고, 나는 이들이 제대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제어/조정하는 것으로 역할을 옮겨가고 있다. 나는 전체를 조화롭게 보고 조직이 행동하게끔 하는 역할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렇게 세팅이 된다면, 재무 상태에 이어서 조직 상태도 안정화에 들어갈 수 있다.
회사 설립 초창기 때가 생각난다. 소위 멀티 테스킹이 되어야 했던 시절.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 분야에 대한 전문성뿐 아니라, 재무/회계, 영업, 전략/기획, 경영, 노무, 심리상담 등의 분야에서 대리급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거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아침에 직원들 급여 및 관련 세금들을 정리하여 결제하고, 오전에 프로그램 작성하다가, 점심에 고객과 식사하고, 오후에는 협업 회사와의 업무 분장을 논의하고, 퇴근 전에 직원의 고충을 들어주고, 저녁에 다른 고객과 만나 술 한잔 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회사 운영에 관련된 것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과 마인드가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강한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하다.
그러지 못하면 사업을 할 수 없는가?
할 수 있다.
매번 합당한 비용을 치뤄야 할 뿐이다. 다만 그러고도 창업 초기의 험난한 시기를 견딜 수 있을 만큼 자본이 충분한지 잘 살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