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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일지

2세대 경영에 대한 고민(1)

by 노랑재규어 2022. 2. 25.

라떼 아저씨.

"나 때는 말이야~..."으로 시작하는 대화의 첫 두 글자를 따 와서 우유에 커피를 탄 음료 "라떼"로 재치 있게 부르는 말이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만 하는 직장 상사나 어르신을 이야기할 때 쓰는 말이다.

 

스스로는 아직 젊다고 생각하고, 타인의 시선에서는 노년을 향해가는 끝자락의 중년으로 보이는 50대.

라떼 아저씨가 되기 딱 좋은 시기이다.

 

이 조그만 회사를 경영한 지 14년.

60대가 되는 10년 뒤까지 회사가 생존하고 성장한다면 25년 차쯤 될 것이다.

그때 회사를 경영하는 나는 어떤 모습일 것이고, 어떤 모습이어야 할 것인가?

슬슬 질문을 던질 때가 되었음을 직감한다.

만일 라떼 아저씨로 경영을 할 것 같으면, 얼른 후배 양성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경험과 경륜을 지닌 젊은 영혼으로 경영을 할 것 같으면, 더 깊이 있게 경영해야 할 것이다.

 

오늘은 경영 후배 양성에 대해 소감을 적어본다.

 

내가 회사 업무에 관여하는 것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이 한두 개씩 늘어나는 느낌이 든다. 분야별 디테일은 당연히 젊은 전문가들이 더 잘한다. 경영은 이들이 조화롭게 운영되어 시너지를 내고 좋은 결과를 내도록 운영하는 것이다. 그 부분에서 내가 라떼 아저씨가 되어 방해하고 있다는 소감이 든다면, 나는 서서히 실무적 리더에서 상징적인 리더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 같은 소기업에서는 차기 경영자를 물색하여 훈련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인력 풀이 그렇게 폭넓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나 때를 놓치면 준비되지 않은 2세 경영으로 넘기거나 그조차 불가능해서 나중엔 처치 불가능한 상태의 회사로 전락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서서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은 재정 상태의 안정화이다. 창립자는 척박한 환경에서 회사를 자리 잡아야 하기 때문에 안정된 재무 상태로 경영을 하는 날이 별로 없다. 대부분 생계형 빚을 지게 되고, 업력과 실력을 쌓아가며 성장 중심으로 경영하기 마련이다. 그런 날이 쉽게 오진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무차입 경영 상태 혹은 생산적 투자를 위한 자산형 채무만을 남겨 두어야 한다.

 

우리 회사도 그런 단계를 진입할 몇 번 없는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일반적인 소기업이 지는 빚은 은행 대출, 퇴직금 적립, 대표이사의 급여가 대표적이다. 퇴직금은 나중에 발생하게 되는 채무로써, 법적으로 의무화하기 전에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가장 늦게 정리하는 그래서 정리가 잘 되지 않는 채무였다. 지금도 사실 소기업은 여전히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채무이다. 우리는 이 채무부터 우선 정리하였고, 매년 적립하던 것도 곧 매월 적립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리고 대표이사가 가져가지 못하고 쌓아둔 급여와 은행 대출을 정리하고 있다. 대표이사의 급여는 기회가 되었을 때 대부분 정리를 하였다. 은행 대출은 이자가 비싼 마이너스 통장의 마이너스 부분을 우선 채워 두었고, 신용 대출도 하나씩 정리해서 조금 노력하면 내년에는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사실 이렇게까지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당시 재무 담당자의 관심과 노력의 덕이 크다. 그 점에 대해 늘 감사한다).

 

그럼 남는 채무는 보이지 않는 채무가 대부분이 된다. 손실을 투자로 해석하여 이익으로 전환한 부분은 감가상각을 통해 다시 회사의 이익으로 환원되어야 한다. 이 금액은 작지 않은 금액이고, 매년 감가상각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 강가 상각해 가야 할 양과 기간이 많이 있다.  또 하나는 대표이사 퇴직금이다. 이 부분은 경영책임자의 양심으로 가장 우선순위를 뒤로 두었던 것이지만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경우 훗날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부분들을 정리했을 때 진정한 무차입 경영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회사가 일상적인 수준의 경영을 하고 있다면, 후배에 의한 2세대 경영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또한 어떻게 보면 탐나는 이상적인 상태의 회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M&A의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